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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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Nothing-written S/S 2024 2024.04.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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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LE17SEPTEMBRE 2024 Essential 'City wave' 2024.03.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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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LFM S/S 2024 2024.03.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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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Nothing written winter 2023 2024.01.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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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 Auralee Fall 2024 2024.01.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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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MOONDAL winter 2023 2023.11.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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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MOONDAL F/W 2023 2023.11.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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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OOK] Nothing-written F/W 2023 2023.09.16 11:18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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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물고기/안자이 미즈마루
도시에서 자란 나는 언제나 나일블루의 퍼즐을 동경한다. 마음이 텅 비면 언제나 나일블루의 퍼즐을 동경한다. 사람 없는 플랫폼을 나온다. 녹슨 선로가 이어진다. 녹화를 거듭한 비디오필름 까슬까슬한 풍경 소꿉 시절의 추억 3월의 물고기 사탕과자로 만든 집 파란 하늘은 슬프게 장수풍뎅이의 사체를 물들인다. 도시에서 자란 나는 언제나 나일블루의 퍼즐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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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든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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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여름/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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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허연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 본 적 없는 생을 걷어 내고 싶었다. 모든 게 잘 보이게 다시 없이 선명하게 난 오늘 공중전화통을 붙잡고 모든 걸 다 고백한다. 죽이고 싶었고 사랑했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는 성격 구절에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죽이 끓든 밥이 끓든 나는 변하지 못했고 또 목요일. 항상이 없으면 그림이 아니야. 따귀 한 대에 침 한 번씩 뱉고 밤을 새우면 신을 만날 줄 알았지. 그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라는 녀석들 몇 명과 그들의 자존심과 그들의 투항과 술을 마신다. 그 중에 내가 있다. 오늘은 목요일. 결국 오늘도 꿈이 피를 말린다. 그 꿈이 나한테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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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은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녚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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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무덤, 방주/로제타
흐린 신에 대고함부로 기도하는 치기 어린 습관이 있다 아득한 너이므로 굳게 신앙한다결속과 이상을 전제로 믿을 무엇 하나 없이 어떻게 살아가냐며 온기 한 조각 닿질 않는 기도를 하며 의심했다그래서 신은 과연 있을까이렇게 공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오늘 예배에선 단념했다결과론은 묵념한 채 너의 온전한 신도가 되자고 기도의 막문은 사랑해였다오늘도 부디 누군가를 사랑하소서 내 종교는 사이비다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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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는 무어냐 물어
너에게 나는 무어냐 물어 내 물음에 답하는 네 답 또한, 바꾸어 내게 그리 묻는 네게 하는 내 답 또한 네 답과 같음을. 불투명하게 잔상이나마 남아있던 탄식의 때부터 나의 줏대란 없었고 네가 그러하다면 나 또한 그러한 것이여서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그러한 것처럼 고요히 일렁이며 반짝이는 호수에 비치는 모냥처럼 내 마음은 네 마음 속에 고요히도 일렁이는 그런 모냥. 사실은 너에게 내가 사랑이냐 묻고 싶었던 심상. /작가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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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456/성동혁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