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5. 23:23ㆍ*/poetry

잠결에 물소리가 들렸다. 셋이었다. 아침에 한 사람은 내가 숨도 쉬지 않고 자더라고 했고, 또 한 사람은 내가 헛소리를 하더라고 했다. 꿈을 꾸었는데 낯선 사내가 우리가 자는 방문 앞에 서 있기에 경찰을 불렀더랬다. 기억이 선명해서 멍자국처럼 사내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몸에 멍이 생긴다는 것은 예전에 없던 흙을 갖는다는 것이다. 흙은 어둡고 입속처럼 많은 것들을 빨아들였다.
집에 돌아와 죽은 듯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나는 혀로 달을 만질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달은 선선하고 촉촉했으며 자꾸 커졌다. 사랑의 협약 따위에서 알게 된 건, 시간이든 마음이든 커지면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달이 점점 커지자 밥을 삼키는것도 힘들어졌다. 내 혀는 달의 뒷면을 핥아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닿을 듯, 닿지 못했다. 뒷면은 뱃속의 태아처럼 신비하고 고요한 것, 영원히 꺼내지 않고 둔다면 평화는 지속된다.
시간이든 마음이든 멍이든 달이든 태아든 커지면 밖을 그리워하게 된다. 낙하를 꿈꾸고 고통을 껴안는 일. 산산조각나서 슬픔을 장악하는 일. 평화를 뚫고 밖으로 나온 것들은 다 그랬다. 그날 물을 찢고 나온 소리들이 숲속의 산막 한 채를 공중부양한 채 밤새 울었다. 이것이 내 혀가 달을 만질 수 있게 된 단서이다. 나는 꿈을 꾸면서 어딘가 먼 곳을 다녀왔다. 나는 너와 함께 최대한 멀리 가보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먼 곳으로 가보아야 심장이 산산조각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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