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3. 09:44ㆍ*/scrap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도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철학과 종교들이 해탈을 추구하며 니르바나를 이상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해탈과 니르바나에 도달하는 길이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 각각의 학파와 종파가 나뉘었다.
불교에서도 역시 해탈과 니르바나를 추구하지만 그것에 이르는 길은 다른 학파나 종파와 달랐을 뿐만 아니라, 존재와 세계에 대한 관점도 매우 독특했다. 붓다는 존재와 세계에 대해 12인연설로 설명했다. 12인연설이란, 열두 가지의 요소들이 서로 인과 관계를 이루어, 윤회 전생하는 존재의 삶을 지배한다는 이론이다. 열두 가지는 무명(無明), 행(行), 식(識), 명색(名色), 육입(六入),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유(有), 생(生), 노사(老死) 등이다. 그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명은 4제(諦) 등의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의 근본인 무지를 말한다.
둘째, 행은 무명으로부터 다음의 의식 작용을 일으키는 상(相)이며, 우리가 짓는 모든 업을 뜻한다.
셋째, 식은 인식 주관으로서의 6식(識)이다. 6식은 여섯 가지 인식 작용을 뜻하며,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이라는 6근(根)에 의존하여 각각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이라는 6경(境)을 지각하는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을 말한다.
넷째, 명색은 명과 색을 합친 말이다. 이름만 있고 형상이 없는 마음, 또는 정신을 명(名)이라 하고, 형체가 있는 물질 또는 신체를 색(色)이라 한다.
다섯째, 육입이란 안, 이, 비, 설, 신, 의 등의 6근을 말한다.
여섯째, 촉은 감각과 지각 등의 성립 조건인 6근, 6경, 6식 등이 만나서 생겨나는 것이다.
일곱째, 수는 6근, 6경, 6식 등이 만나서 촉을 이루고, 그 후에 생기는 고통, 쾌락 등의 느낌을 말한다.
여덟째, 애는 욕망의 만족을 바라는 욕구와 열망, 갈애 등을 말한다.
아홉째, 취는 자기가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착을 말한다.
열째, 유는 윤회하는 중생의 생존계로서 3계(界) 25유(有)를 말한다.
열한째, 생은 중생이 어떤 부류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열두째, 노사는 태어난 뒤에 차츰 늙어서 죽는 것으로서 중생의 모든 고통을 대표한다.
이 12인연설은 연기설(緣起說)이라고도 한다. 연기란 서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즉 존재란 어떤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원인과 조건이 서로 관계하여 성립된다. 따라서 인연에 의해서 그와 같은 모습으로 성립되어 있을 뿐이며, 독립하여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요컨대 연기설은 사물의 존재와 성립에 대한 법칙을 밝힌 것이며, 동시에 불교적 세계관을 정립하는 데 근간이 되는 이론이다.
12인연설은 초기 경전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다소 도식적인 열거와 반복을 통해서 상투적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연기설의 이치는 붓다 당대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파장과 깊이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표적인 불교 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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