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시간/김소연

2020. 2. 5. 13:58*/poetry

 

 

 

버스가 출발의 형식으로써

우리를 지나쳐 버렸다

멀어졌지만

저것은 출발을 한 것이다

멀어지는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뒷모양을 오래 쳐다보게 한다

버스는 한 번 설 때마다 모두의 어깨를 흔든다

집에 갈 수만 있다면 이 흔들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아침이면 방에서 나를 꺼냈다가

밤이면 다시 그 방으로 넣어주는 커다란 손길

은혜로운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고구마를 키운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는지를 알게 되듯

슬픔 뒤에 더 길다란 슬픔이 오는게 느껴지듯

무엇인가 무성하게 자라지만

예감은 불가능해진다

획획 지나쳐 가는 것들이

내 입김에 흐려질 때

차가운 유리창을 다시 손바닥으로 쓰윽 닦을 때

불행히도 한 치 앞이 다시 보인다

몸이 따뜻해지는 일을 차분하게 해본다

단추를 채우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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